전원이 연결돼 정상적으로 사용하던 가전제품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제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식기세척기 제조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9년 9월 이모씨가 운영하던 식당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약 1시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화재는 휴업 중 전원이 연결돼있던 식기세척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삼성화재로부터 3천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고, 이후 삼성화재는 "A사가 제조·판매한 식기세척기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으므로 제조물책임법 등에 따라 A사가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식기세척기는 사회 통념상 제품에 요구되는 합리적 안정성이 모자라 '부당하게 위험한' 것으로, 제품의 결함은 피고가 식기세척기를 제조·유통 단계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며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사는 불이 난 제품의 내구 수명이 지났고, 이씨가 정기점검이나 부품교체를 하지 않았으므로 "식기세척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던 중 불이 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내구연한이 손해배상청구권의 권리행사 기간 내지 손해배상채무의 존속 기한이라고 보기 어렵고, 제조업자는 제품의 내구연한이 다소 지나더라도 제품에 의해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제조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용자가 약 11일간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사용자에게 제품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어떤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분명히 밝혀지지는 않은 점, A씨가 정기적인 점검을 받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1천100여만원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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