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수수료 규정 문서화 제시하라”…제판분리 추진 ‘첩첩산중’

[보험매일=김은주 기자] 한화생명이 오는 4월 판매전문회사 출범을 예고하고 전속 영업조직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진통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갈등을 해결하고 한숨 돌릴 새도 없이 이번엔 전속 보험설계사들이 일방적 수수료 삭감 및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이동 강제와 관련해 불만을 표하면서 본격적인 제판분리 전략 추진 전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 자회사형 GA로 이동 코앞...설계사들 “수수료 규정 공개하라”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소재 한화생명보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일방적 보험판매 수수료 삭감을 규탄하고 자회사형 GA 분리 관련해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오세중 지부장은 “현재까지 온라인 SNS 단체방에 2,000명이 넘는 설계사들이 모여 회사의 부당행위를 토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한 달 만에 1,000명에 가까운 설계사들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말 한화생명은 전속 판매채널 분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신설하고, 한화생명 내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 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다.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2만여명의 소속이 한화생명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회사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지난달 21일 노조를 결성해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를 만들었다. 현재 노조에 가입한 설계사 수는 약 800여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 속 한화생명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회사형 GA의 영업 규정 및 수수료 규정 등 설계사들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여 제시할 것을 촉구 중이다

구체적으로 한화생명지회 측은 설계사 노조 인정 및 단체협상 체결 ▲5년 간 임금·고용에 대한 보장 ▲강제 이직에 따른 위로금 지급 ▲퇴직 후에도 잔여 수수료 지급 ▲기존 손보상품 교차판매 수수료 일시 지급 ▲한화생명 및 제휴 손보사 5곳의 GA 수수료 규정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규직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5년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퇴직금 명목으로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휴만 맺으면 생·손보 상품 가릴 것 없이 판매할 수 있는 GA로 이동하면서 교차판매의 개념이 사라지는 점에 대해서도 대책을 요구 중이다.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들은 기존 손보상품 계약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게 되는 만큼 GA로 강제 이동을 결정한 한화생명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화생명지회 김준희 지회장은 “회사는 GA 전환의 장점을 말로만 설명할 것이 아니라 문서화하여 제시해야 한다”며 “지회 설립 이후 공식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난 15일 대표이사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으나 회사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제판분리 추진 ‘첩첩산중’

앞서 한화생명은 정규직 노조와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새롭게 신설하는 자회사형 GA로, 설계사 2만여명뿐 아니라 본사 내 1,400여명의 임직원도 함께 이동한다.

고용불안을 우려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파업으로 까지 불거졌던 노사 간 갈등은 양측의 지속적인 대화 노력으로 이달 초 고용보장 등에 관해 잠정 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진통 끝에 마무리 됐다.

다만 자회사형 GA 설립을 한 달여 남겨두고 한화생명이 이번엔 전속 설계사들의 거센 불만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제판분리 추진 일정에 또 다시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집회 의견을 전달받은 상태로 관련 내용을 검토하겠다"며 "현재 GA 영업규정은 마련하는 단계이며, 추후 수수료 규정 등은 설계사들의 동의 절차를 진행 할 예정이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전국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에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보험설계사 관련 노조에 대해 정부가 약 20년 만에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특수고용직인 보험설계사에 대해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앞으로 단체교섭 등 설계사 요구에 대응하는 보험사 부담은 점점 더 가중 될 전망이다.

▲ (사진=김은주 기자)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