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신 수석

추돌사고가 난 다음 날이나 일상생활 중에 목이 제대로 안 돌아갈 때 병원 선택은 고민거리이다. 이후 어떤 진료와 처방을 받을지는 순전히 어떤 병원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응급실부터 동네 양방의원이나 한의원, 한방병원까지 선택지는 다양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치 못한 징후가 있으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내원하는 편이지만, 물리치료 정도를 원하는 피해자들은 주거지 근처의 신경외과나 정형외과, 한의원을 찾게 된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오랜 대기 끝에 검사를 받지만 거의 외래치료 처방이 나고, 입원실이 있는 동네 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서는 입원치료를 권유받기 쉽다.

한방병원은 내원하는 중장년이나 노년 환자들에게 사고로 디스크가 보인다며 입원을 권하기도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교통사고로 디스크가 생겼다고 하면 매우 놀라고 심각해진다.

그러나 같은 환자가 양방병원에 가면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나이가 들면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사고로 인해 일시적인 통증이 생길 수도 있지만 당분간 물리치료를 받으면 호전될 것이라고 말이다.

오래 전에는 교통사고 치료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1%선에 머문 적도 있었지만 최근 자동차보험 치료비 중에서 한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진료비의 41%를 넘어서고 있다.

한의원 진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교통사고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한방병원의 영향이 크다. 한방종합병원의 경우 하루 외래 진료비가 7~9만 원으로 양방 입원진료비 못지않다.

외래 진료의 경우에도 협진의사의 처방으로 MRI를 의례적으로 촬영하고, 통상적인 침술과 부항 이외에 10일분씩 2회 첩약을 처방하고 때로는 한의사가 직접 추나요법까지 시행한다.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한방병원 진료비 상승을 들고 있다. 심평원의 2019년 자동차진료비 자료를 보면, 2019년 한방진료비는 9,5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나 양방진료비는 1조 2,497억 원으로 전년대비 -0.4%로 감소했다.

2019년 진료부문별 심평원 청구건당 진료비도 한방이 압도적으로 높다.

경추 부문의 한방 청구건당진료비는 88,558원으로 양방 64,893원 대비 36.5% 높고, 요추 부문의 한방청구건당 진료비는 104,400원으로 양방 60,296원 대비 73.1%나 높다. 입원보다 외래가 많은 한방병원이지만 1일당 병원 진료비는 한방이 양방을 넘어섰다.

최근 4년간 교통사고 경상환자(12급 이하) 진료비 비중을 보면, 한방진료비가 2017년 41%에서2020년 상반기에 61%로 20%가량 증가하여 양한방 역전현상이 생겼다.

교통사고 환자의 총 진료비에서 한방 비중이 전체의 41%를 넘어섰는데, 수술이나 중환자실이 없는 한방병원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대단한 수치이다.

한방의 진료효과가 좋아서 이런 현상이 생겼다면 다행이지만 올 초 추나요법 급여화 등 한방급여범위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일수는 오히려 더 길어졌다.

모 보험사(공제)의 2020년 상반기 통계기준에 의하면, 입원의 경우 양방이 7.0일, 한방이8.9일이며 통원의 경우 양방이 5.8일이고, 한방이 12.6일로 무려 2.1배나 길었다.

일전의 설문조사에서는 교통사고환자들이 한방병원에서 받은 첩약 상당량을 먹지 않고 그냥 버리는 것으로 나왔다. 지인의 경우에는 한의원 한방첩약을 거부했으나 그냥 받아가야 나중에 보험사에서 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보험회사 해당업무 직원에게 확인을 요청하자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한의사가 개별적인 환자 진맥을 통해서 첩약처방을 해야 되지만 최근에는 진맥도 없이 첩약처방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첩약성분도 거의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신뢰가 없어서 버려지는 첩약이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또한 심평원의 진료비심사도 사고내용이나 치료사실의 유무를 판단하는 실사과정이 없어서 형식적이며, 양방처럼 입원기간 제한도 없어서 양방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다시 한방의 입원실을 찾는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KIRI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인배상보험금 증가율은 12.4%이고 같은 기간 차량수리비를 합친 전체 보험금은 연평균 4.9%가 늘었다고 한다. 최근 보험사의 연속적인 보험료상승에도 불구하고, 한방진료비 급증은 손해율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상환자의 경우 한방병원의 인당진료비가 양방병원 진료비의 두 배를 넘었는데, 이런 역전현상으로 높아진 한방진료비는 경미 교통사고 환자들의 무기가 되었다.

이번 의료파업의 원인이 되었던 정부 의료정책 4대악 중에서 의협과 전공의가 가장 불만스러워한 것이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치료를 전담하며 지친 양방의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기의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자동차 보험은 전체 국민과 관련된 보험으로 공적보험 성격이 강하다. 심평원의 합리적인 심사기준과 한방진료비 전문심사원 확보, 한방 적정의료수가, 한방진료비 AI심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

▲ 이동신 수석

삼성화재(1992~2018)근무, 유튜브 '보험작가TV' 방송, 손해사정사, 도로교통사고감정사, 보험조사분석사, 시인/수필가('19년 샘터문학등단)

저작권자 © 보험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